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중견기업에 다니는 샐러리맨 김모씨(42)는 요즘 거울을 보지 않는다. 머리카락이
많이 빠졌기 때문이다.주변에서 자신의 머리에 대해 걱정을 해주는게 별로 달갑지
않다. 6개월 전까지만 해도 크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다.
그는 고민 끝에 피부과를 찾아갔다.
의사로부터 "경기침체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탈모 환자가 부쩍 늘고 있다"는 얘
기를 듣고 다소 위로가 됐다.김씨 뿐 아니다.30대 대머리도 최근들어 부쩍 늘어나
고 있다.
탈모를 막을 방법은 없는가.탈모의 원인과 증상,치료법에 대해 알아본다.
<도움말=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>
◆증상과 원인=서울대병원 피부과 은희철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연령이 높아질
수록 탈모증 환자가 많아진다.
남성의 경우 탈모증 환자 비율은 20대가 5%,30대 16%,40대 28%,50대 37%,60대는
50%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.
사춘기 이후 이마 양쪽 끝부분이 M자로 올라가면서 이마선이 점점 넓어지거나 젖
은 비듬이 발생하는 경우,하루에 80개 이상 머리털이 빠지는 경우,머리털이 점점 가
늘어지면서 짧아지는 경우 등이 향후 대머리가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증상이다.
탈모의 주된 원인은 유전적인 요인과 남성호르몬이다.
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과 스트레스도 탈모를 부채질한다.
친가나 외가에 대머리가 있을 경우 대개 20대 중·후반부터 탈모가 본격화된다.
◆예방=확실한 예방법은 없다.
다만 탈모 진행속도를 늦출 수 있다.
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정기적으로 사용하고 스트레스를 즉시에 해소하는 게 좋다.
하루에 30분 이상 매일 운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.
콜레스테롤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.
특히 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있는 인스턴트식품은 탈모환자에겐 금기다.
◆약물치료=대머리치료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(FDA)에서 효능을 인정받은 것
은 '미녹시딜'과 '프로페시아'뿐이다.
미녹시딜은 당초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됐으나 복용 후 털이 나오자 발모촉진제로
쓰이게 됐다.
하루 2회 정도 두피에 발라야 한다.
초기에 사용하면 탈모 방지에 효과적이다.
바르는 것을 중단하면 탈모가 다시 시작된다.
프로페시아도 전립선비대증 치료약으로 개발됐으나 남성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하
는 효능이 밝혀지면서 대머리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.
주로 정수리쪽 탈모 방지에 효과적이다.
약물을 끊으면 다시 탈모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.
◆모발이식수술=탈모가 진행되더라도 털이 빠지지 않는 부위가 뒷머리와 옆머리
다.
이 부분의 털을 앞쪽으로 옮기는 것이 모발이식술이다.
1950년 미국의 피부과 의사 바스키가 '털은 원래 부위의 성질을 그대로 갖고 있
다'는 원리를 밝힌 이후 모발이식은 대머리환자를 위한 치료법으로 자리잡고 있다.
모발이식 방법 중에서 뒤통수 머리털을 두피와 함께 절제,모근을 하나씩 분리한 뒤
모발이식기에 옮겨 심는 '모낭군 이식술'이 동양인에게 가장 적합하다.
탈모는 계속 진행되는 반면 모근은 6천개 내외로 한정돼 있다.
한꺼번에 많이 심기보다는 탈모의 진행정도에 맞춰 이식하는 게 중요하다.
수술비는 1회 평균 5백만원 내외.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제대로 수술이 이뤄
지면 만족할 만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.
대머리가 완전히 정복되는 날까지는 "세월은 머리털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준
다"는 셰익스피어의 말을 위안삼을 수밖에 없다.
최승욱 기자 swchoi@hankyung.com